Hyunmo Yang 양현모 梁 賢 模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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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구들 (2023)
망치는 자신이 쓸모 있는 도구라고 생각했다. 어떤 경우에는 다른 도구로 대체 될 수 없는 유일한 도구일 것이라고 확신했다. 그런 마음을 안고 취업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지만, 망치에게는 벽이 높았다. 자기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,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지 자신 있게 기술하던 망치도 몇 년이 지나자 자신의 쓸모에 회의가 들었다. 드라이버는 망치에게 네가 나무망치여서 취업시장에서 찾지 않는 거라고 말했다. 빠루망치나 헥토르망치가 못 될 거면 차라리 고무망치가 낫다고 말했다. 너같이 무르기만 한 나무망치는 현대사회에서 고무망치 정도의 쓸모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. 망치는 수치심이 들었지만, 친구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.
망치는 드라이버를 따라 도시 외곽의 물류창고로 향했다. 밤을 새워 일하면 심야수당을 받을 수 있어 드라이버가 카드값이 밀릴 때마다 종종 찾는 곳이었다. 셔틀버스가 망치의 집 앞까지 친히 마중을 왔고 망치는 드라이버와 함께 셔틀버스에 올랐다. 버스에 먼저 타 있던 도구들은 망치가 내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. 망치는 물류창고로 향하는 내내 숨을 죽였다.
물류창고 레일에는 고객들을 위한 선물이 쏟아져 나왔다. 망치는 쏟아지는 선물을 넋 놓고 바라보며 이것들이 다 어디로 가는지, 진짜 다 쓸모가 있는 선물인지 생각했다. 그 순간 망치의 뒤통수에 누군가 침을 퉤, 하고 뱉었다. 분무기였다. 분무기는 물류센터 장기근무자였다. 관리자와도 서로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목을 유지하는 분무기는 망치같이 물류창고에 처음 온 도구들이 꾀를 부리는 모습을 단속하며 쉬지 말고 빨리 일하라고 눈치를 주었다.
망치는 금일 새벽 여섯 시 까지 고객의 집 앞까지 도착해야 하는 선물을 밤새도록 포장하고 옮겼다. 모든 선물이 차에 실린 새벽 다섯 시가 되어서야 휴게시간이 되었고, 휴게실에 도구들이 모였다. 분무기는 주머니에서 빵을 꺼내 먹었다. 밥이 나오는 게 아니었어? 망치가 드라이버에게 물었다. 드라이버는 심야에는 그런 거 없어, 라고 말하곤 가져온 과자를 반으로 잘라 망치에게 주었다. 망치는 과자를 한입에 삼킨 뒤 물을 마셨다. 망치처럼 오늘 물류창고에 처음 온 도구들은 물만 벌컥대며 마실 뿐이었다.
망치는 퇴근 셔틀버스에 올랐다. 온몸이 녹아내릴 듯 피로했다. 이곳에 다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격증을 수백 개 더 따서 취업문을 제대로 두드려 볼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. 창밖으로 보이는 물류창고 앞에서 주전가가 땀을 뻘뻘 흘리며 물류창고 내 에어컨 설치와 휴게시간 보장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. 망치는 자기가 더위를 안 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. 드라이버는 망치에게 이만하면 할 만하지 않으냐고 물었고, 망치는 드라이버의 머리를 한 대 쿵 박아주었다.
하늘도 망치의 소망을 읽은 모양이었다. 망치는 오랜 취업 준비 끝에 파란 로고로 유명한 회사의 합격 통보를 받았다. 9-6의 출퇴근 시간, 맛있기로 유명한 구내식당, 우수한 복지까지 겸비한 안정적인 직장에 출근하게 된 망치는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. 망치는 신입사원 연수 일정을 보자 벌써부터 나뭇결 사이로 파란 피가 흐르는 기분이었다.
신입사원 연수에는 온갖 화려한 도구들이 모였다. 망치는 이곳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기름칠을 더 해야겠다고 다짐했다. 관리자급 임원이 단상 위로 올라 아래 서있던 도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.
“너희들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.”
위의 소설은 김범, 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 objects being taught they are nothing but tools에 영감받았다. 2010, daily objects, wooden chairs, blackboard with fluorescent light, 1 channel video (21 min, 8 sec.) on TV monitor, wooden tables, dimensions variable
The above short story was inspired by Kim Beom’s Objects Being Taught They Are Nothing But Tools.
2010, daily objects, wooden chairs, blackboard with fluorescent light, 1 channel video (21 min, 8 sec.) on TV monitor, wooden tables, dimensions variable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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